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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일지와 ‘투자 일기’ 의 차이점
주식이든 외환이든 트레이더로서 금융투자 거래를 어느 정도 해 본 사람이라면 ‘매매일지’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매매일지에는 진입/청산 시의 가격, 근거, 포지션 보유기간, 수익/손실 금액, 리스크/리워드 비율 등의 ‘수치’를 중심으로 기록하며 특정 형식을 바탕으로 작성하게 된다.
사람에 따라서는 비고란을 추가해서 거래 시의 ‘감정’을 꼼꼼히 기록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되면 단순한 매매일지를 넘어 자신만의 오리지널 ‘콘텐츠'(투자 일기)로 발전한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투자는 기술보다 마인드가 중요한 요소이니 자신의 감정을 철두철미하게 관리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기회에, 포지션 진입과 청산 전후에 느꼈던 복잡한 감정들을 짤막한 문장으로 정리해서 자신의 매매일지에 포함 시켜 볼 것을 권해본다.
‘투자 일기’ 의 중요성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에, 매매 실패 후, 아무리 마음속으로 후회하고 반성을 하더라도, 다음 날 그 이상의 수익이 나오게 되면 금세 잊어버리게 된다. 기억하고 싶은 것만 골라서 기억하는 게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에 이걸 극복하려면 설사 ‘아픈 기억’일지라도 꼼꼼히 기록해 놓아야 한다. 레오날드 다빈치 같은 천재도 40년간 일기를 썼는데 우리 같은 개미들이 일기의 위대함을 무시해서야 되겠는가.
손실 거래의 대부분은 감정 조절 실패로 말미암은 ‘판단 오류’가 원인이기에, 비슷한 상황에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투자 일기’를 통해 자신의 매매거래를 구체적으로 떠올리며 뒤돌아 보는 습관이 매우 중요하다.
보잘것없는 인간의 기억력
속설이긴 하나, 인간은 자기가 들은 것의 5%, 읽은 것의 10%, 읽고 들은 것의 20%, 본 것의 30% 밖에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쓰거나 말한 것일 경우에는 50%, 실천한 것은 70%, 남에게 가르친 것은 90%나 기억할 수 있다고 한다. 즉, 우리의 학습 능력에 ‘아웃풋’이라는 출력기능이 더해져야만 납득가는 수준의 가성 비가 나온다는 얘기다.
일기의 2가지 효능
일기란 ‘일어난 일을 솔직히 기록하는 일’이다. 누군가에게 허심탄회하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속이 시원해지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는 훌륭한 스트레스 해소법이기도 하다.
일기가 우리의 정신위생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되어 있고, 실제로 서양에서는 병원의 치료 프로그램에 도입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정신과 의사나, 임상 심리학자들이 환자의 뇌세포 면역력이나 자연 치유력을 높이기 위해서 명상이나 일기를 추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투자자는 일기를 습관화하지 못한 채 쳇바퀴 같은 일상 속에서 비슷한 실패를 반복하며 살아간다.
‘일기가 몸에 좋은 건 잘 알지만, 손가락이 안 움직여’ 라는 기분도 이해가 되지만, 성공투자의 중요 조건이기도 하니 그 효과를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일기로 ‘뇌’를 청소한다!
일기의 가장 큰 효과는 ‘두뇌 크리닝’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두뇌의 단기 기억 장치는 결코 뛰어나지 않음에도, 우리는 날마다 멀티 태스킹을 강요당하기에 내 의지하고는 상관없이 각종 스트레스에 휘말리게 된다.
컴퓨터가 버벅거릴 때, 쓸모없는 프로그램들을 모두 끄거나 없애버리면 램 메모리가 안정을 되찾는 것처럼 우리의 정신도 정기적으로 청소를 해줘야 건전할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가치는 있지만 당장에는 불필요한 데이터들은 외장 하드에 옮기면서 관리를 해줘야 컴퓨터를 오랫동안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인간의 두뇌도 마찬가지다.
내일의 행복에는 아무런 도움도 될 것 같지 않은 어두운 실패담이나 쓸데없는 걱정들. 이런 감정적인 부분들을 계속 안고 가다가 또 넘어지지 마시고… 그때 그때 ‘일기장’이라는 외장 하드에 옮겨 놓을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투자 일기로 뇌를 ‘세뇌’시키자!
마지막으로, 일기에는 ‘자기암시’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꿈은 종이에 써야 실현된다’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직 명확한 과학적 증거는 없지만, 다수의 심리학자들의 연구 실험 결과를 통해 그 효과가 어느 정도는 입증된 논리다.
나 역시, 투자 일기와 인생 철학을 통해 실패의 나락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에 ‘내가 산 증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은 매우 시각적인 동물이다. 일설에 의하면 인간이 인지하는 모든 정보의 80%~90%는 시각을 통해 얻어진다고 한다. 따라서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추상적인 목표나 감정을 눈에 보이는 글로 표현해서 자주 보게 되면, 실제 행동으로 유발될 가능성이 자연적으로 높아지는 것이다.
복잡했던 생각들을 정리하고 주의를 환기해서, 잊혀가는 의욕에 다시금 불을 지펴주는 ‘리마인드’ 효과를 통해 자기암시가 한층 강화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즉, 성공적인 투자자가 되려면 매매 일지와 동시에 ‘투자 일기’를 습관화시키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물론 일부 능력자들한테는 해당하지 않는 얘기지만, 답이 안 나오는 투자 실패자라면 꼭 한번 실천해 보기를 권한다.
잦은 거래 실패로 인해 힘든 나날이 이어지더라도, 그때마다 나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자괴감으로 얼어 붙어버린 대뇌 피질을 주무르며 조금씩 사고를 확장해 나가다 보면 의미 있는 표현들이 하나둘 뇌리를 스쳐 갈 것이다.
그리고,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메모해두는 습관을 들인다면 언젠가는 자신만의 ‘투자 일기’스타일이 완성될 것이다.
‘소재거리’가 없어서 일기를 못 쓰겠다는 사람들도 많은데, 보고 의무가 없는 우리 같은 개미 투자자들에게는 매매에 관한 모든 감정과 결과가 소재가 될 수 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지금 당장 스마트폰 잠금 화면을 열고 희망찬 ‘투자 일기’ 를 향한 첫걸음을 내딛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