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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조작국 제도와 아시아의 단골손님들

환율-조작국-중국-미국-무역

8월 5일, 미국 재무부가 드디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했다. 달러-위안화 환율이 11년 만에 7위안을 상향 돌파한 직후에 내린 미국의 ‘선전포고’다.

중국이 환율 조작국에 지정된 것은 1994년 7월 이후 25년 만이긴 하지만 지정 횟수로 따지면 이번이 6번째로 최다 단골손님임에는 변함이 없다.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경제보복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미-중 환율 전쟁까지 발발하면서, 일부에서는 동시다발적인 금융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도 과거 3번이나 환율 조작국에 지정된 사례가 있기에 이번 일도 결코 남의 일처럼 방관할 수만도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오늘은 환율 조작의 올바른 의미와 과거 사례, 우리의 대응책 등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 보려 한다.

참고로 아래 리스트는, 올해 상반기에 ‘관찰대상국’에 지정된 나라들인데, 이 리스트에서 승격을 하면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된다.

2019년-상반기-환율-조작국-관찰대상국

환율 조작의 이점과 부작용

도람뿌 대통령이 말하는 환율 조작국은 한마디로 다음과 같다.

자국의 통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내리고 수출을 늘려서 큰 흑자를 보고 있는 나라’

중국(위안화)을 비롯한, 독일(유로화), 일본(엔화), 한국(원화) 등 미국에 실물 상품을 많이 파는 나라들이 일부러 자국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환율 조작은 개이득?

대기업-환율-상승-영업이익-

그렇다면 먼저, 자국의 통화 가치를 내리면 어떤 이득이 생기는지 간단히 설명해 보겠다. (경제 초심자들을 위해)

예를 들어 1달러당 원화 환율 (달러-원) 이 1,000원에서 2,000원으로 폭등했다고 가정해 보자. 외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1달러로 1,000원어치만 사다가 갑자기 2,000원어치나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바꿔 말하면 50센트 (0.5달러) 만으로 1,000원어치의 한국 상품을 살 수 있게 된 것과 같다. 당연히 우리나라 수출 기업들의 제품이 불티나게 팔릴 것이다.

단지 환율 변동만으로, 한국산 스마트폰이 같은 가격이었던 미국산 스마트폰보다 50%나 저렴해지는 상황이 단기간에 실현되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삼성전자나 토요타 같은 거대 수출 기업들은 ‘환율’ 이 10원만 상승(원화가치 상승) 해도 영업이익이 몇천억 원이나 늘어나는 꿀맛을 보게 된다.

물론, 자국 통화의 가치가 떨어지면, 석유 회사들을 포함한 수입 기업들의 경비는 올라가게 되므로 물가가 상승하고, 자국 통화의 국제적 신용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단점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같은 수출 주도형 국가는 환율 (달러-원) 상승 (원화가치 하락) 시의 이득이 훨씬 큰 이유로, 기본적으로는 통화가치 절상을 꺼리는 정책을 펼치게 된다.

환율 조작 (통화가치 하락시) 의 폐해

환율이 (달러-원) 적절한 ‘원저 현상’을 유지하는 것은 우리 경제에 도움되긴 하지만, 비이상적으로 올라가게 되면, 과도한 인플레이션 및 부채규모 증대로 말미암아 경제혼란 등이 야기되면서, 이를 우려한 국내 자본유출과 주가하락이라는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달러’라는 유일무이한 기축통화를 가진 미국한테 낙인을 찍히면 국제 사회에서도 평판이 나빠질 수 있고, 그 때문에 수출감소 등 간접적인 피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사실상 미국이 지배하고 있는 각종 국제기구를 통해 전방위 압박이 들어 올 수도 있으므로, 웬만한 강대국이 아닌 이상 장기적으로는 이득을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한테 다음과 같은 제재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 (교역촉진법 기준)

  • 미국 기업의 투자 및 금융지원 금지
  • 해당국 기업의 미국 정부시장 진입 금지
  • IMF (국제통화기금) 를 통한 환율 압박
  • FTA 등 무역협정 협상 시 상대국을 압박

그러나, 15억의 인민을 거느리는 습근평 형님은 미국의 엄포에도 전혀 쪼는 기색을 안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미국이 대규모로 추가 관세를 연쇄적으로 부과하고 있기에, 현시점에서 ‘환율 조작국’이라는 낙인이 찍혀 봤자 별볼 일없다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의 보복 카드는?

중국-미국-경제보복-국채-보유량

게다가 중국은 자신들이 망하면 미국도 망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천문학적 규모의 미국 국채 (약 1조 2천억 원) 가 그들의 자신감을 떠받쳐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만약 중국이 미 국채 (달러 포함) 를 대량으로 매도하게 되면 미국 채권 가격이 내려가면서 시중금리는 상승한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와 기업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경기가 위축될 수 있으니,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미국과 같이 자폭하는 일 쯤은 간단하게 실현할 수 있다.

그러나, 자국 통화인 위안화를 대량으로 매수하고 미 국채를 매도하게 되면, 당연히 위안화의 가치가 절상 (달러-위안 환율 하락) 되기 때문에 중국의 경제에도 막대한 피해를 미치게 되므로, 이런 보복 수단은 어디까지나 ‘너 죽고 나 죽자’ 식의 최후의 방법일 것이다.

단, 중국이 자국의 내수 시장을 확실히 키워 놓은 후에, 미 국채 매도 전략을 교묘하게 펼친다면 미국에 대한 효과적인 보복 수단이 될지도 모르겠다.

환율 조작국에 대한 기본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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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조작국 제도의 역사

환율 조작국 제도의 원형은 1988년에 제정된 ‘종합무역법’이다. 이때부터 ‘환율조작국’이란 용어가 세계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고 2015년에는 이를 좀 더 강화시킨 ‘교역촉진법’이 생겨났다.

이 ‘교역촉진법’에서는 환율 조작국 대신 ‘심층분석 대상국’이란 표현을 쓰는 탓에, 현재는 두 가지가 용어가 같은 뜻으로 혼용되고 있다. 이 2가지 법안을 근거로 미국 재무부가 일 년에 두 번(4월, 10월) 씩 환율 조작국을 지정해 미국 의회에 보고하는 구조다.

이 법안에 따른 환율 조작국 지정을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

  1.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200억 달러 이상
  2. 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총생산 (GDP) 의 3% 이상
  3. 외환시장 개입 규모가 GDP의 2% 이상

참고로 이번 결정에 미국이 적용한 법안은 ‘종합무역법’으로, ‘교역촉진법’과 비교하면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다.

구분 종합무역법  (1988년) 교역촉진법  (2015년)
지정 요건

❶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➋ 유의미한 수준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

*미 재무부 장관이 상기 두 가지 항목에 대해 환율 조작 발행여부를 판단

❶ 대미 무역흑자 200억 달러 이상
➋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3% 이상
❸ GDP 대비 2% 이상의 달러 순매수 (개입)

제재 내용


◉ 상대국 거시경제 정책과 환율 정책에 대한 압박

*즉각 협상 돌입

◉ 미국 기업의 투자 및 금융지원 금지
◉ 해당국 기업의 미국 정부시장 진입 금지
◉ IMF (국제통화기금) 를 통한 환율 압박
◉ FTA 등 무역협정 협상 시 상대국을 압박

*경고성 조치 후, 협상 돌입

*출처 : 미국 재무부

중국의 환율 조작국 해당 사례

1992년 미 재무부는 중국의 이중환율제도에 따른 외환시장 불투명성을 이유로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2년 넘게 지정했던 사례가 있다.

당시 위안화 환율은 시장환율(외환시장에 의한 결정)과 공정환율(중국 인민은행 결정)이 공존하는 이중환율제였는데, 1994년 1월부터 이 제도를 폐지하고 달러 대비 위안화를 8.72위안으로 통일해서 공시하면서 세계 무역 시장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종전의 위안화 환율이 약 5.7위안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위안화의 실질 가치는 약 33%나 절하된 셈이었는데, 당시의 미국은 중국의 경제개방이 절실했던 시기였기에 이 정도 수준에서 타협을 봤던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중국은 환율 변동폭을 0.2~0.3%로 축소해 달러당 8.275~8.280위안 사이에서 유지하는 ‘고정환율제’로 위안화를 방어하기 시작한다.

위안화의 가치가 계속해서 저평가된 수준을 유지하면서 메이드인 차이나의 가격 경쟁력은 상승했고 중국은 막대한 무역흑자 국으로 발전해 갔다.

당연히 미국은 또다시 위안화 절상 압박 수위를 높여가기 시작했고, 결국 중국은 2005년 7월, 달러 페그제(고정환율제)를 폐지하고 ‘복수통화 바스켓 제도’를 도입한다. 그리고 2008년까지 미국의 요구에 조금씩 대응하면서 달러당 6.82위안 수준까지 위안화의 가치를 떨어트렸고, 그 당시 환율이 최근까지 큰 변동 없이 이어져왔던 것이다.

한국의 환율 조작국 해당 사례

한국도 1988년 10월부터 1990년 3월까지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된 사례가 있다. (대만과 함께 세계 최초) 서울올림픽의 성공으로 호경기를 맞이하면서도, 세계 금융시장에서는 불투명한 외환 거래로 환율을 조작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의 환율 정책은 기존의 ‘복수통화 환율제’에서 ‘시장 평균 환율제’로 전환하게 되었고, 그 결과 외환 거래의 투명성이 높아지면서 17개월 만에 환율조작국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역대 환율조작국 리스트

구분 시기 지정 대상 국가
환율 조작국
(심층분석국)
1988.10 한국, 대만
1989.04 한국, 대만
1989.10 한국
1992.05 중국, 대만
1992.12 중국, 대만
1993.05 중국
1993.11 중국
1994.07 중국

‘환율조작’은 미국의 설레발?

선진국-G7-경제성장률-2018-201

우리말로 ‘조작’이라고 하면 어감이 매우 안 좋은 탓에, 《환율 조작 = 국제적 범죄행위》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 이 제도는 어디까지나 미국의 입장에서 보는 일방적인 규제다. ‘보호무역’이라는 명목하에 미국제일주의와, 인종차별주의를 표방하는 도람뿌 대통령의 사적인 견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를 잘 모르는 사람이 듣고 있으면, 마치 미국이 중국 공산당의 조직적인 환율 조작에 크게 당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르나, 사실 미국 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를 엄청난 양적 완화로 단기간에 극복하고 현재까지 약 10년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위 그래프처럼 G7 선진국 중에서는 압도적으로 높은 경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기름냄새 나는 제조업은 개발도상국들한테 양보하는 척하고 자신들은 IT정보, 금융, 우주항공 등의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으로 호황을 누려대면서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미국의 제조업 붕괴와 환율정책

미국-제조업-붕괴-이유-환율정책

도람뿌 형님은 툭하면 중장년층 백인 유권자들의 향수 심을 자극하기 위해 미국의 제조업을 다시 살리겠다는 망언을 토해내곤 하지만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의 거대한 개도국들이 지구 상에 존재하는 한, 금세기 안에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70년대 말, 미국이 신자유주의 노선을 선택하면서 자유무역 체제가 도입되고 일본의 기술력이 일취월장하면서 미국의 제조업이 붕괴한 사실은 누가 봐도 미국 스스로 초래한 경제정책 실패의 결과일 뿐이다.

일본한테 고정환율 제도를 허락하면서 오냐오냐해주는 사이에 가격 경쟁력뿐만 아니라 기술력에서도 뒤처지게 된 것을, 당시에도 미국은 환율 (달러-엔화) 탓으로 돌렸었는데… 이번 중국과의 환율 전쟁도 기본 구도는 비슷해 보인다.

실제로 80년대 미국 경제가 일본한테 발리면서 다급해진 그들은 1985년 ‘플라자 합의’라는 초강수로 엔화의 가치를 2배 가까이 올려버렸지만, 90년대에 들어서도 미국의 제조업이 살아나는 일은 결국 일어나지 않았다. 이미 세계 제조업의 흐름은 일본과 대만, 한국을 거쳐 중국이라는 거대한 공장으로 넘어가고 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계 경제사의 장대한 흐름을 ‘환율 조작’ 이라는 얄팍한 술수로 바꿔보려는 정책은 미국이라는 대인군자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중국이 미국의 국채 (달러 포함) 를 지나치게 많이 보유하면서도 자국 내 소비를 활성화하지 않는 점도 결코 바람직한 정책은 아니지만, 경제문제는 어디까지나 외교적인 대화로 푸는 것이 정답이다.

안 그래도 미 중 무역전쟁의 장기화가 우려되면서 세계경제가 주춤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 조작국 지정’ 이라는 미국의 극단적인 선택이, 합리적인 자유무역을 추구하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질서를 무너트리지는 않을지 걱정이 된다.

우리의 대응방안

환율전쟁-한국-중국-대안-해결

우리나라의 경제 시스템은 일본과 가장 흡사하다고 하지만, 원화는 엔화보다 중국 위안화의 움직임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렇기에, 고래들 싸움의 피해자가 되지 않으려면, 중국 측의 대응전략을 면밀히 검토하여 우리도 전략적 편승을 할 기회를 노려야 한다.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정상적인 교역에 의한 것이며, 환율 요인에 부합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을 효과적인 외교채널을 통해 합리적으로 호소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동시에, 환율과 무역수지와의 관계를 영리하게 이해하고, 국익에 최대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관리해 나가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환율 문제는 더 이상 한 나라의 주권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주변국은 물론, 이해관계에 있는 세계 각국의 정세와 글로벌 금융시장의 습성을 제대로 살펴가면서 민첩하게 대응해야 하는 ‘국가 경제의 최우선 정책사항’이다.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대한민국이 1998년 금융위기 한 방으로 알거지로 추락했던 쓰라린 경험… 그리고 또다시 엄청난 속도로 경제부흥을 일궈낸 저력. 내가 아는 한, 이런 무자비하고 처참한 실패를 경험하면서 경제 선진국이 된 나라는 우리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이러한 자부심을 갖고, 일본을 극복 (반일 아닌 극일) 하고 중국과 전략적인 관계를 유연하게 유지해 나간다면, 우리의 ‘원화’도 머지않아 글로벌 통화로서의 위상을 갖게 되는 날이 반드시 실현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