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도 한 차례 통화 강도에 관한 글을 올렸던 기억이 있는데요, 소스 제공 차원에서 다시 한 번 간단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여타 선진국 대비 금융 후진국인 탓에, 세계 외환시장에서는 당연하듯 활용되고 있는 도구(툴)들조차 모르고 거래하는 트레이더들이 많습니다.
호가창(오더북 및 오픈 포지션 정보)데이터, 통화 상관관계 그래프, 다른 거래자들의 손익별 포지션 보유 시간 등, 우리 개미들도 트레이딩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트레이더들은 캔들봉 차트만 대충 훓어보고 매매에 임하는 경우가 허다하죠.
‘통화 강도’란 무엇인가?
통화 강도란, 말그대로 주요 통화들의 세기(위세)를 한 화면 속에서 비교한 그래프를 말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주요 통화 8종목이 한꺼번에 비교되기 때문에, 이 그래프만 봐도 최근 외환시장 전체의 트랜드나 분위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이 어제 오늘 데이터만 공개하는 곳도 있고 제가 애용하는 ‘오안다’(oanda )의 그래프처럼 기간 별(최대 3개월)로 확인 가능한 사이트도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통화 강도’ (또는 강약도) 나 ‘Currency Strength’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 보세요.
‘강한 통화’를 사고 ‘약한 통화’를 팔아라!
아래 차트는 최근 일주일 간의 위세 변화를 나타낸 것인데요, 역시나 유로화(빨간색 선)의 약진이 압도적으로 눈에 띄는 상황이네요.
지난 3일에 유럽 중앙행(ECB)의 금리인상 관측이 보도되면서 유로화는 달러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모든 통화쌍에 대해서 ‘전면 강세’로 돌아섰다는 사실이 이 한 장의 그래프로 쉽게 이해됩니다.
반면, 전 거래일 기준으로 보면 일본 엔화(하늘색 선)가 8통화(메이저 통화) 중에서는 가장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네요.
따라서, 단기적으로 가장 큰 환율 변동폭을 기대할 수 있는 종목은, 유로-달러도, 파운드-달도 아닌, ‘유로-엔화’ 의 매수 포지션이라고 말할 수 있는 셈입니다. (강한 통화와 약한 통화가 묶어야 변동폭이 극대화 된다는 단순한 논리)
‘통화 강도’ 차트 활용 방안
습관적으로 FX 마진거래를 하다보면, 늘상 매매하는 종목만 주구장창 진입하게 되는 일이 종종 발생하지만, 그럴 때는 한 발 물러서서 이런 데이터를 조망해 보는 것도 좋은 방안일 수 있습니다.
내가 지금 매수 포지션으로 며칠 동안 열을 올리고 있는 종목의 통화가, 알고 보니 8통화 중 압도적 꼴지였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도구’로써 활용할 수 있는 것이죠.
주식이든 마진거래든 어떤 종목에 한번 꽂히게 되면, 그 종목의 호재만 눈에 들어 오면서 리스크 관리에 소홀해진 탓에 결국 큰 손실로 이어지곤 합니다.
“종목과 사랑에 빠지지 말라”라는 투자격언이 있는 이유도 이와 같은 심리 때문인데요, 지극히 주관적이고 맹목적인 관점에서 신속히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무언가 객관적이고 힘 있는 도구가 필요한 법입니다.
또한, 통화 강도 차트에서 가장 센 통화와 가장 약한 통화로 이루어진 종목만 골라서 거래하는 습관을 들이게 되면, 투자 수익률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 씩 좋아지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저 차트상에서 ‘파운드-프랑’이나, ‘오지-뉴지’는 통화 강도가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포지션을 오랫동안 잡고 있더라도 이렇다 할 손익금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지난 3일 밤부터 이런 상황이 이어져 왔다면, 앞으로 얼마간은 이 상황이 유지될 확률이 높을 것이라는 것 쯤은 쉽게 전망해 볼 수 있습니다.
냐약한 존재이기에 거래 도구는 필수!
지난 글에서도 말씀드렸듯, 시세 예상은 날씨 예보와 흡사한 점이 매우 많습니다.
(과거와 현재의 데이터가 미래의 움직임과 밀접하게 연동되는 연속적인 물리 현상)
현실에서 직접적으로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지만 ‘돈’처럼 강력한 ‘힘’을 갖는 무기가 또 있을까요? 슬픈 사실이지만, 자본 주의 사회에서는 ‘자금력’으로 개체와 조직의 능력이 평가됩니다.
힘이 작동하는 모든 세계의 원리는 ‘물리 현상’을 연구 분석하면 대부분 알아낼 수 있기에, 트레이더라면 캔들차트 외에도 호가창이나 통화 강도 차트, 상관관계 차트 같은 ‘도구’로 장세를 분석하는 습관을 들여야만 생존 기간을 늘릴 수 있습니다.
물론, 상위 1퍼센트의 강력한 의지력을 가지고 있다면 아무런 기법, 도구 없이도 장기적 수익 창출이 가능하겠지만, 그런 사람은 우리 주변에서 찾아보기 어렵죠.
그래서 우리는 인간 태생적인 약점을 조금이라도 보완하기 위해 저러한 도구들이나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죠.
몸살이 나면 약을 먹고 고치듯, 나쁜 매매 습관에 물들기 시작하면 가용한 모든 도구를 활용해서 조금씩 바로 잡아 나가야 합니다.
호모사피엔스가 도구로 ‘불’을 다루기 시작하면서부터 인류의 ‘뇌 용량’이 급속도로 늘어났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인간이 발가벗은 채로 대기권을 조금만 벗어날 경우 3분도 못 가서 사망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있고, 실제로 우리는 숨을 5분만 참아도 위태로운 상황에 빠지는 연약한 존재입니다.
작더라도 달콤한 수익의 맛을 자주 느끼며 행복한 삶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려면, 인간 본성의 나약함을 직시하고 도구를 활용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투자의 세계에서는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이나 투철한 종교 정신 같은 눈에 안 보이는 훌륭한 사상도 도구라고 말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