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X마진 거래가 대중화된 일본에서는 투자 자금관리의 중요성을 논할 때, ‘켈리공식’ 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곤 한다. ‘켈리의 법칙’, ‘켈리 베팅 시스템’ 등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 확률 얘기가 나온 참에 소개해 보려 한다.
아래 포스팅과 같이 읽으면 도움됨.
확률 개념 정리와 ‘성공투자’의 지름길FX마진 거래는 물론, 주식, 비트코인, 해외선물 등 종목을 막론하고 모든 투자 활동, 트레이딩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베팅 방식과 자금관리인데, 의외로 대부분의 개미들은 여기에 대해 신중하게 계산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매매기법이나 멘탈관리에는 관심이 많아도, 최적의 베팅 규모 (포지션 사이즈) 를 설정하는 데에는 그다지 공력을 들이지 않는 이유는 왜일까?
아마도, 숫자를 떠올려 가면서 꼼꼼하게 계산한 후에 진입하는 습관이 몸에 베여있지 않아서일 것이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남들이 귀찮아서 눈을 돌리는 부분에 승리의 찬스가 숨어있는 법이다.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으니 시작해 보자.
참고로, 20세기 후반 최고의 펀드매니저이자 원조 퀀트 (인공지능 투자가, 알고리즘 트레이더) 로 유명한 에드워드 소프 씨도 켈리 공식을 지키지 않아서 파산한 경험을 교훈 삼아 결국에는 대박 성공을 이루었다. 살아있는 전설의 투자가 워런 버핏과 조지 소로스도 켈리공식을 투자에 적용한다는 설이 있다.
켈리공식 기본개념
한마디로 켈리공식은, “어떤 게임의 승률과 기대치를 알고 있을 때, 원금 대비 자본금을 얼마나 투자해야 하는가”에 대한 공식이다.
천재 과학자 클러드 섀넌의 이론을 J. L. Kelly라는 사람이 정리해서 1956년에 발표한 공식으로, 아직도 금융 투자 업계에서는 자금관리의 기본 법칙으로 통용되고 있다.
켈리공식 활용법
켈리공식을 활용하려면 일단 승률과 수익 손실비 (기대치) 을 먼저 알아야 한다.
자신의 투자 기법이 어느 정도의 승률을 가졌는지 파악하고, 평균적으로 이겼을 때는 얼마의 수익이 나오며, 졌을 때는 어느 정도의 손실이 발생하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잘 모르겠다면 우선 매매일지를 기록하는 습관부터 들이도록 하자.
켈리 공식 계산법
켈리공식의 수식은 다음 한 줄로 간단히 정리된다.
F : 한번의 매매 (베팅) 에 걸어야 하는 투자금 비율 (총자본금 대비)
P : 승률
B : 수익손실비
예를 들어, 나의 총 자본금이 100만 원이고 매매 기법의 승률은 50%, 수익손실비는 2배라고 가정했을 때, 한 번의 매매에 걸어야 하는 최적의 투자 금액 (배팅액) 은 얼마일까.
켈리공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이 구할 수 있으므로…
F = 0.5 – (0.5/2)
= 0.5 – 0.25
= 0.25
총 자본금의 25%. 즉, 한 번의 거래에 25만 원 씩 투자하는 것이 적절한 배팅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켈리공식의 함정
이길 수 있는 확률 (승률) 과 수익성을 고려한 ‘기대치’ (수익손실비) 가 높을 때만 승부를 하면, 만약 연패가 발생해서 일시적으로 자금량이 줄더라도, 머지않아 자산이 증가추세로 돌아선다는 것이 켈리공식의 기본 발상이다.
하지만 지난 글에서도 강조했듯, 아무리 승률이 높아도 확률이 독립적으로 나타나는 한, 심각한 연패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통산 400승을 올린 일본의 전설적인 투수 카네다씨도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11연패를 하기도 했고, 이치로의 타법으로도 삼진만 당하는 날이 있다.
마찬가지로 켈리공식에도 다음과 같은 리스크가 있다.
바로…자산의 변동폭 (증감도) 이 심해서 심리적으로 괴로운 상황이 비교적 자주 일어난다는 점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켈리공식대로 투자를 하면 다음과 같은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을 하기도 한다.
총 자산이 2배가 되기 전에 절반으로 줄어들 확률이 33%나 되고, 자산이 일시적으로 늘어났다 다시 반으로 줄어들 확률 또한 50%나 된다.
물론, 최악의 상황을 먼저 고려한 데이터이긴 하지만, 우리 같은 개미들에게는 결코 안전해 보이지 않는 수치다.
증거금 시스템이 없는 부동산 투자나, 일반적인 주식 거래라면 몰라도, 마진콜 강제청산 비율 (해외 FX마진 거래의 경우, 20%~50%) 이 정해져 있는 금융 상품으로 트레이딩을 한다면, 켈리공식은 최적의 배팅 방식이 아닐 수도 있다.
승률과 기대치 (수익손실비) 계산 오류
앞서 말했듯, 켈리공식을 실천하려면 승률과 기대치 (수익손실비) 를 알아야 하는데, 애초에 이 수치를 잘못 대입하는 오류가 종종 발생하곤 한다.
자동매매 (EA) 프로그램 (시스템 트레이딩) 같은 경우에는 위 수치들이 사전에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따로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손거래 기법은 결국 스스로 계산할 수밖에 없다.
이때, 승률과 기대치를 너무 자신만만하게 도출해서 대입한 탓에 생각지도 못한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켈리 공식의 베이스가 되는 위 수치들은 언제나 보수적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켈리공식 약점 보완형 ‘하프 켈리’
위와 같은 이유로 해외 투자자들 중에는 켈리 공식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하프 켈리’라는 배팅법으로 자금을 안전하게 관리해 나가는 사람들도 많다.
켈리 공식 계산으로 나온 결과가 20%라면, 그 절반에 해당하는 10%만 배팅하는 방식이다.
‘켈리공식’ 에 비해서 수익률은 3/4 정도로 떨어지지만 자산의 증감폭은 줄어들기 때문에, 이 방법을 사용하면, 총자산이 2배가 되기 전에 절반이 될 확률을 1/9 수준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고 한다.
1/9이면 약 11%의 확률이다.
이 정도의 리스크만으로 투자 원금이 2배가 된다면 ‘하프 켈리’는 믿어봐도 될 것 같다.
‘켈리공식’ 의 교훈
기본적인 금융이론에 따르면, 리스크와 리턴은 비례하므로, 리스크를 취하면 취할수록 리턴 (수익) 은 커지게 된다.
개미 트레이더라면 누구나 알게 모르게 이러한 투자 패턴에 빠지게 되는데… 소규모의 한정된 자금으로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이 있는 한, 어찌할 도리가 없다.
아시다시피, 외환 시장을 비롯한 각종 금융시장은 그런 모순된 욕망이나 주관적인 희망이 허용될 만큼 만만한 세계가 아니다.
그렇기에 우리 같은 개인 투자자들은 켈리공식 같은 무기를 장착하고 영리하게 활용해야만 덩치 크고 사나운 맹수들을 피해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최소한 다음 3가지만 엄수하더라도 투자 인생이 실패로 끝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 ‘켈리공식’으로 구한 비율보다 많은 금액은 절대로 투입하지 않는다.
- 예상되는 수익금보다 손절매 금액이 큰 상황에서는 진입하지 않는다.
- 진입과 동시에 손절 주문을 셋팅하고, 포지션이 청산 될 때까지 인내한다.
자신의 능력 (자본규모, 매매기법) 과 현재 환경 (펀더멘털 및 차트분석) 을 객관적으로 파악한 후, 서두르지 말고 유리한 상황에서만 공격 (진입) 하는 것이 승리의 비결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