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삼일절 아침 ‘넥슨 김정주 회장 사망’이라는 갑작스러운 뉴스에 놀라신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되는데요, 사망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현재 정황으로 보면 ‘자살’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이네요.
우선, 55세라는 창창한 나이에 세상을 떠난 고 김정주 회장님께 심심한 애도의 마음을 전함과 동시에 ‘넥슨’이라는 회사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기본 정보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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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Nexon) 개요와 근황
개인적으로 온라인 게임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 평소 ‘넥슨’에 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사실은… 일본에서 살 때 ‘넥슨 재팬’에 입사 지원했다가 떨어진 적도 있었습니다. ‘넥슨 재팬’의 본사(도쿄도 미나토구)가 당시 제가 다니던 회사와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는 이유 만으로 면접을 봤으니 합격할 리가 없었겠죠.(-_-;)
참고로, 김정주 회장은 학생 시절 일본에서 ‘닌텐도’를 사려고 새벽부터 줄 선 사람들을 보고 ‘넥슨’을 창업하려고 마음 먹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본사도 당시 세계 게임 업계를 주름 잡던 일본의 중심지에 차린 것으로 추측되는데요, 넥슨 코리아의 지분 역시 넥슨 재팬이 100%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 지사(넥슨 코리아)와 합치면 직원 수 대략 10,000명에 연 매출 2조 규모의 대기업인데, 뭐가 아쉬워 자살(아마도)을 하셨는지… 이 부분은 마지막 장에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한국 지사를 아우르는 넥슨 재팬의 주가는 최고점과 비교하면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반등에 성공해서 바닥권에서는 탈출한 상황이네요.
올해 2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사우디 국부펀드)가 약 1조 원을 투자했다는 이슈도 있었기에, 김정주 회장님의 죽음이 더욱 아쉬운 시점입니다.
고 김정주 회장의 인물 평가와 실체
언론에서는 ‘6,000만원으로 24조 원 만든 게임 황제’ 등의 수식어로 표현되는 갑부 중의 갑부인 김정주 회장이었는데요, 개인 재산만 10조 원이 넘는다고 하네요.
불과 20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성공가도를 질주하며 기존의 재벌가(삼성, 현대, LG, SK, 롯데 등) 친인척들을 연달아 제치고 한국인 개인 재산 랭킹 5위까지 오른 걸 보면, 부와 명예에 대한 욕망이 보통 수준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본인의 능력과 노력이 성공적인 기업 경영과 재산 형성의 가장 큰 원인이었겠지만, 회사의 지배 구조를 보면 그의 엄청난 욕망이 살짝 엿보이기도 합니다.
보통은 대기업 총수라 해도 관련 회사들과의 협업이나 사회 기부 등을 통해 지분이 빠져나가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지분율이 100%일 수는 없는데요, 넥슨의 경우 김정주 회장과 그 친인척(부인 포함) 만으로 100%를 몽땅 차지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어떻게 보면 이것도 능력 중 하나이겠지만, 재산의 반 이상을 기부하는 빌게이츠나 워렌버핏 같은 위인들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모습이네요.
이런 부분 탓일까요…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넥슨을 ‘돈슨’으로 비꼬는 유저들도 있다고 하네요.
김택진 대표와 김성주 아나운서의 발언
기부를 안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을 나쁘게 평가할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현대 자본 주의가 일찍 정착된 서양과 달리 아시아에서는 아직 기부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한 이유도 있으니까요.
김정주 회장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아무런 감정도 없고 특별한 정보도 갖고 있지 않지만, 일개 시민으로써 바라보면 비교적 ‘착한 아저씨’였던 것 같습니다.
사망 소식이 알려진 후,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가 그를 그리워 하는 코멘트를 남긴 점과, 과거 김성주 아나운서의 딸을 하루 종일 봐줬다는 일화 등을 보면, 적어도 마음이 차가웠던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네요.
(딸이 김성주 아나운서의 딸과 같은 유치원이었다고 함)
‘좌뇌 우뇌’ 균형 잡힌 휼륭한 사업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출신이니 그의 성향을 전형적인 ‘엔지니어’ 또는 ‘냉철한 경영자’타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과거 그의 행적을 살펴보면 의외로 ‘우뇌’적인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설립해서 영화 제작에 투자했던 점, 한국의 ‘월트 디즈니’를 꿈꿨던 점 등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죠.
어머니가 음대 출신이라고 하니 그 유전자가 어는 정도 녹아있었겠지만, 크게 성공한 자수성가형 사업가들은 대부분 좌뇌와 우뇌의 밸런스가 뛰어나다는 공통점이 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창조적인 사람이 꼭 우뇌를 쓰고 논리적인 사람이 꼭 좌뇌만 쓰는 건 아니지만, 우뇌가 주로 ‘직감이나 상상력’을 관장하고 좌뇌가 ‘언어기능과 논리적 계산’을 관장하는 것은 뇌과학에서 이미 밝혀진 사실이죠.
김정주 회장을 ‘자살’로 몰아간 원인은?
“왜 니 마음대로 자살이라는 표현을 쓰냐?” 라고 생각하는 독자 님들도 있겠지만, 김정주 회장이 돌아 가신 직접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관련글이 하나도 없었기에, 본 포스팅에서는 스토리 구성 상 ‘자살’로 가정해 본 점 양해 바랍니다.
‘병사’도 아니고 ‘타살’도 아니라면, ‘자살’이나 약물 중독으로 인한 ‘돌연사’ 정도를 생각할 수 있는데, ‘돌연사’보다는 ‘자살’이라는 표현이 ‘죽음’이라는 키워드를 설명하는 데 좀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취지입니다.
‘욕망’이 초래한 우울증, 그리고 죽음
아직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저 역시 창업가이자 예술을 좋아했던 사람이었고, 과거 우울증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기에 김정주 회장의 죽음은 남의 일 같지가 않았습니다.
이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다고 하는데요, 지난해 7월 넥슨 코리아 대표직에서 16년 만에 물러나면서 증상이 악화되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인간의 습성상 환경이 갑자기 크게 바뀌면 무지막지한 스트레스를 느끼게 마련인데, 거기에 아래와 같은 ‘악재’들까지 계속되고 있던 상황이었으니… 상당한 심적 고생이 있었으리라 여겨집니다.
- 검사 뇌물 스캔들
- 비트 코인 투자 실패
- 최신작 게임 흥행 실패
- 대중 들의 비난 증가
이러한 일들이 하나 둘 겹치면서 김정주 회장 스스로도 본인의 ‘명예 실추’를 뼈저리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네요. 워낙 높은 평가를 받던 인물이었기에, 그 자존감에도 우리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부분이 있었으리라 여겨집니다.
‘검사 스캔들’의 배경
마진거래 업계와 마찬가지로, 게임 업계에서도 ‘사행성’ 관련 이슈는 언제나 따라다니게 마련인데요, 넥슨 정도의 대기업이라면 당연히 변호사, 검사 등과의 ‘유착’도 생각해 볼 수 있겠죠.
김정주 회장은 실제로 지난 2016년에 일명 ‘넥슨 게이트’로 검찰 조사를 받은 이력이 있습니다. 당시 자신의 친구였던 진경준 검사장에게 거액의 주식을 뇌물로 준 혐의였죠.
이 사건에서 결국 진경준 검사는 100억 원이 넘는 시세 차익을 챙겼지만, 재판 결과는 ‘무혐의’로 확정되었다고 하네요.
이 두사람이 친구 사이였던 만큼, 김정주 회장 측에서 ‘빌려준 돈을 주식으로 갚았을 뿐이다’라고 주장했다면 검찰이 대가성 뇌물이라는 부분을 입증하기는 어려웠겠죠.
그런데 왜 하필이면 검사인 친구와 이런 관계를 맺었을까요? ‘사행성 조장’ 혐의로 조사 받기 쉬운 게임 회사 총수들의 입장을 생각해 보면 ‘합리적 의심’이 드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비트코인 투자 실패
작년 4월 말, 김정주 회장은 넥슨 재팬 명의로 1,130억 원 어치의 비트코인을 평단(평균단가) 58,226 달러에 매수했다고 합니다.
매입 수량이 당시 시세로 1,717개이라고 하니, 아직까지 ‘존버’하고 있다고 가정하면 약 243만 달러(약 30억 원)의 손실이 발생 중인 셈이네요.
우리 같은 일개미라면 이정도 금액이 자살의 원인일 수 있겠지만, 김정주 회장의 재산을 고려하면 이 부분은 그냥 넘어가도 될 듯 합니다.
다만, 매수 시점이 전혀 전문가 답지 않았던 점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네요.
작년 4월 28일 당시의 ‘일봉’ 차트를 봐도 ‘주봉’ 차트를 봐도 ‘매도 타이밍’으로 분석되는데, 어째서 거꾸로 ‘매수’ 포지션을 잡은 것일까요? 주변에 전문 투자자나 애널리스트들도 많이 있었을 텐데… 차트 분석을 중요시 하는 저로써는 참으로 의문스러운 부분입니다.
이러한 국면에서 데이트레이딩 이라면, ‘일봉 차트’에서 상승 추세 지지선이 받쳐줄 것으로 기대하고 단기적 매수 베팅으로 들어갈 수는 있지만… 저런 어마 무시한 자금을 ‘지지선 붕괴’ 확인도 안 하고 몰빵 투입하다니 실로 대단한 배짱이었네요.
행복을 돈으로 사지 못했다면…
적어도 패기있는 남자라면, 김정주 회장의 이번 사망 사건에서 과연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할지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는 책에선가 “행복을 돈으로 사지 못했다면, 돈이 조금 부족했기 때문일 수 있다” 라는 탐욕적인 구절을 본 적이 있는데요, 김정주 회장 역시 말년에는 행복을 척도를 ‘돈’으로 생각했던 것이 아닐까요?
물론, 큰 부자가 되면 각종 양아치들과 교활한 기생충들이 주변에 몰려들기 때문에, 본인의 언행과 가치관에 아무런 문제가 없더라도 때로는 큰 피해를 입곤 하죠.
그 역시 본인의 의지와 상관 없이 뇌물 사건 등에 연루되었을 수 있으나, 결국 그의 마음 속 어딘가에는 더 큰 성공을 바라는 ‘과욕’이 있었기에 우울증이라는 악마가 찾아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욕심에서 열정이 나오고, ‘열정’은 성공의 연료이자 엔진이기에 갑부들의 ‘욕심’ 그 자체를 부정할 마음은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평생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나’를 찾아 헤매기 마련이고, 그 과정에서 욕심이라는 ‘본능’이 나도 모르게 표출되곤 합니다.
하지만, 그 ‘욕심’을 어느 적정 수준에서 지혜롭게 제어하지 않으면, ‘과욕’으로 발전하게 되고, 마음 속에 과욕이 쌓이다 보면, 탐욕스러운 인간으로 변하게 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욕심이 ‘과욕’으로 번지지 않도록 항상 깨어있어야만 하죠. 한시라도 ‘이성’(전두엽 = 천사)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도록 ‘멘탈 관리’를 해나가야만 탐욕과 싸워 이길 수 있습니다. (선천적으로 욕심이 별로 없는 사람은 예외)
반평생 머리 터져라 고생해서 모은 재산이 10조면 뭘 합니까. 조기 은퇴하고 이제부터 제대로 써보려 할 때쯤, 죽음의 ‘마수’가 찾아온다면 말짱 헛것인데 말이죠.
‘시간’과 마찬가지로 ‘돈’이란 놈의 개념도 매우 상대적이기 때문에, 주변 환경 또는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그 가치가 크게 요동치는 경험은 누구나 해보셨을 겁니다.
작년에는 저금통에 백만 원만 있어도 그렇게 행복할 것 같았는데, 올해는 천만 원이 있어도 전혀 행복하지 않다든지, 부모님께 드린 십만 원의 용돈은 안 아깝지만 갑작스러운 소나기 때문에 지출된 우산 비용 오천 원은 아깝게 느껴진다든지…
이렇게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는 정체성 없는 ‘물질’로 인간의 ‘행복도’를 측정해서는 안 되겠죠.
우리 대한민국을 온라인 게임 선도국, 콘텐츠 강국으로 이끌어 준 고 김정주 회장(전) 님의 노고에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하면서 오늘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