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2022 카타르 월드컵 즐기고 계시나요? 저는 어제 대한민국 대 포르투갈 경기에서 우리의 기적 같은 역전골 덕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축구를 보다가 눈물을 흘려버렸네요.
게다가, 출장으로 카타르를 다녀온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더욱 실감나게 관전할 수 있었습니다.
불가능이란 없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제대로 차리면 살아나올 수 있다! 등의 진부한 어구가 생각나는 국면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탐욕적인 ‘금융 트레이딩’ 탓에 지옥을 맛봐야 했던 지난 과거를 떠올리게 해 주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죠.
제가 평소에 축구나 야구 농구 같은 스포츠를 좋아하는 이유도 ‘금융 트레이딩’과 스포츠 경기(특히 단체 종목)에는 공통점이 매우 많기 때문인데요, 오늘은 그중에서도 축구 경기와의 공통점에 대해서 말해보려 합니다.
‘금융 트레이딩’이란?
영어로도 ‘trading’에는 무역, 교역, 물물교환이라는 뜻이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거래나 매매’를 뜻하는 의미로 쓰이곤 합니다.
경제, 금융 용어로서는, “주식이나 채권 따위를 단기간 내에 사고 팔아서 수익을 내는 일”이라고 정의되는데요, 주식거래든 마진거래든 선물거래든 ‘거래 플래폼’(메타트레이더, 트레이딩뷰 등) 상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매매는 ‘금융 트레이딩’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개인들의 금융 투자(투기)가 일반화된 요즘에는, 금융이라는 단어를 떼고 ‘트레이딩’이라고만 표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금융 트레이딩과 축구의 공통점
일단, 경기가 끝날때까지는 그 결과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공통점이 아닐까 합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개막 직후부터 충격적인 이변이 속출하고 있죠?
일본이 독일과 스페인을, 한국이 포르투갈에 역전승을 거둔 경기도 역대급 이변이었지만, FIFA랭킹 2위의 벨기에가 모로코한테 패하고, FIFA랭킹 3위의 단골 우승 후보였던 아르헨티나가 사우디아라비아(FIFA랭킹51위)에게 당한 역전패는 그 이상의 놀라운 결과였죠.
아르헨티나는 최근 36경기에서 무패를 기록해오던 세계 최강 전력이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번 대회 최약체로 꼽히던 팀이었는데, 이런 상황을 그 누가 예측할 수 있었을까요?
게다가 이변이 발생한 경기의 대부분이 ‘강팀들의 역전패’였다는 사실을 보면, 이기고 있을 때의 ‘방심’이 화를 불렀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금융 트레이딩’에서도 거래 경험이 어느 정도 있는 개미님들은 이러한 비극을 한번 쯤은 겪어보셨을 겁니다.
예컨대, 진입(베팅) 직후 운 좋게 나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익이 단시간에 발생하면서 입이 귀까지 찢어진 상황. 즐거운 마음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화장실에서 편안하게 볼일을 보고 나온 후 거래화면을 확인한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던 사건 등이 떠오르지 않나요?
불과 1~ 2분 사이에 그 많던 수익금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면서 저승사자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순간은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리는 경험입니다.
또는, 불과 1 ~ 2핍 차이로 익절(이익실현) 주문에 도달하지 못한 채 시세가 반대로 흘러 결국 손절을 당한 경험 등도 방심하다 보면 흔치 않게 발생하는 사건이죠.
‘익절’을 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미국 프로야구계의 전설적인 선수 ‘요기 베라’의 명언으로 유명한 이 구절을 다들 한번 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
당연한 말이긴 하지만, 이 격언을 금융 트레이딩(투자, 투기성 매매)에 적용해 보면 다음과 같이 풀어볼 수 있겠네요.
아무리 큰 수익이 나고 있더라도 ‘이익실현’을 할 때까지 그 매매의 결과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즉, 매수든 매도든 아무리 유리한 가격대에서 진입을 했다 한들, 최종적으로 그 포지션이 청산되기 전까지는 절대로 그 성패를 섣불리 짐작해서는 안 된다는 격언입니다.
예측하지 말고 대응하라!
축구 경기에서도 선수들의 부상이나 결장, 날씨, 구장 환경 등의 변수는 결코 무시 못할 요인인데요, 이 역시 금융 트레이딩과의 공통점이네요.
경제지표 결과, 주요 인사들의 발언 내용, 전쟁, 지진 등 사전에 예측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시세 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일상다반사’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현명한 트레이더들은 애초에 ‘예측’(예상)이라는 행위 자체를 하지 않습니다.
살아있는 전설 ‘워렌버핏’도 자주 하는 말이지만, 투자로 성공하려면 “예측하지 말고 대응하라”라는 격언이 있죠.
‘불투명함’이 기본 전제인 금융 트레이딩에서 앞날의 시세를 미리 예측하고 투자하는 행위는 ‘도박 갬블’이나 다를 바 없다는 뜻입니다.
‘워렌버핏’의 스승격이자 미국의 유명 투자가였던 ‘필립 피셔’ 역시 다음과 같은 격언을 남겼지만, 이 문장은 개인적으로도 가장 격하게 동감하는 부분입니다.
언제 일어날지 예상하는 일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상하는 것 보다 몇 배나 더 어렵다.
‘워렌버핏’ 같은 역사에 길이 남을 영웅들도 실천 못 해서 포기한 전략을 ‘일개 투자자’들이 목표로 삼는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고 우매한 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개미들이 조금이라도 크게 먹으려는 허황된 욕심으로, 상투와 바닥을 잡으려는 무모한 노력을 하다가 큰 손실을 입는다는 사실을 명심하세요!
축구 경기든 금융 트레이딩이든, 자신들이 이길 것이라고 예측하고 단정하는 순간,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방심이라는 악령’이 다가와 비극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죠.
도박과 금융 트레이딩
아시다시피, 도박과 금융 트레이딩의 개념은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큰 돈을 벌려면 남들과 반대로 베팅해야 한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워렌버핏 역시 “공포에 사고 탐욕에 팔아라”라는 투자 격언을 자주 하는데요,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공포에 빠져 있을 때일수록 탐욕을 느껴야 한다라는 뜻입니다.
축구 경기 역시 예외는 아니죠.
지난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한국과 독일 전이 그랬듯, 이번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르헨티나의 경기’가 역대급 베팅 수익(또는 손실)의 진원지였습니다.
스포츠 도박 베팅 업체인 ‘벳365’과 ‘스카이벳’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승리에 23배를 배당, ‘888스포츠’와 ‘벳페어’도 사우디아라비아 승리에 각각 24.5배, 26배, ‘윌리엄힐’은 29배까지 배당금을 올렸다고 합니다.
극히 일부 세력이었겠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정학적 유리함에 자신을 갖고 ‘사우디의 승리’에 베팅한 이들은 엄청난 배당금을 손에 넣고 ‘잭팟’의 기쁨을 누렸다고 합니다.
다만, 이런 전략은 풍부한 자금력이 있거나 어떤 상황에서도 초지일관적인 성격을 타고나지 않는 한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한테는 추천하기 힘든 전략이죠.
우리는 도박꾼이 아니기에 ‘공룡(큰손)들의 발등’에 기생하면서 치고 빠지는 단타 전략을 최고의 금융 트레이딩 기법으로 삼아야 합니다.
마라도나 효과(Maradona theory)
마지막으로 ‘마라도나 효과’에 대해 잠시 언급하고 마치겠습니다.
금융 트레이딩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카타르 월드컵’이 한창인 요즘 같은 시기가 아니면 설명할 기회가 없을 테니 말이죠. ^^
86년 멕시코 월드컵 당시 아르헨티나의 마라도나가 잉글랜드전에서 보여준 두 번째 골을 기억하시나요? 도나 형님을 축구영웅으로 만들어준 바로 그 ‘5명 제치기 골’입니다.
그런데, 2005년에 영국 중앙은행(BOE)의 머빈 킹 총재가 이 골 장면을 금리시장의 ‘기대효과’에 비유한 이후, 경제학계에서는 ‘마라도나 효과’와 ‘기대효과’와 동의어로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킹 총재는, 마라도나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잉글랜드 선수들을 ‘금융 시장(트레이더)’에 비유하면서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었다고 합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휙휙 올리거나 내리지 않아도, 시장은 중앙은행의 움직임을 예측해 미리 반응함으로써 소기의 정책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무슨 말인가 하면…
마라도나의 ‘5명 제치기 골’에는 그의 현란한 발재간이나 특별한 테크닉이 사용되지 않았고, 골인의 배경에는 수비수들의 섣부른 예측이 있었다라는 뜻입니다.
즉, 5명의 수비수들이 마라도나의 좌우 움직임을 예상하고 미리 마음대로 행동을 취했던 것이 결과적으로는 마라도나의 앞길을 터주면서 골로 연결됐다는 것이죠.
골 장면에서도 알 수 있듯, 도나 형님은 약 60m를 거의 직선으로 내달렸고 잉글랜드 수비수들은 “어, 어, 어” 하며 당황하는 모습이 포착됩니다. 물론, 하프라인 부근에서 공을 잡을 때는 그의 타고난 밸런스 감각이 번뜩이긴 했죠.
포인트는, 당시의 마라도나가 이미 세계적 기량을 인정 받은 상황이었기에 이 같은 골장면이 연출되었다는 점입니다.
마치 미국이나 EU(유럽연합), 영국이나 일본처럼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통화쌍을 보유한 국가들이 자신들의 금융정책으로 외환시장을 ‘좌지우지’ 하듯 말이죠.
‘마라도나 효과’를 활용한 금융 트레이딩
개인적으로는 ‘단타 전략’이 최고의 금융 트레이딩 기법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중장기 트레이더라면 펀더멘탈적인 부분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마라도나 효과’(기대효과)를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 현재 세계 금융시장이 기대하는 경제지표 결과의 수치는 어느 정도인가? 금리 상승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은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현재 시세에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는가? 등등, 시장의 기대감을 어느 정도는 읽어 가면서 거래하는 습관을 들여야 수익 창출이 수월해집니다.
다만, 이렇게 중장기적으로 분석을 하거나 예상하고 기대하는 행위는, 앞서 말한 버핏 형님의 격언이나 필립피셔 쌤의 충고에 위배되기도 하고 저의 성향에도 맞지 않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추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더라도, 역시나 금융 트레이딩은 ‘단타’…. 그 중에서도 ‘초단타 스캘핑’ 전략이 최고의 기법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