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 경제학 이론 중에는, 손실과 이익에 대한 인간의 심리를 연구한 ‘전망이론’ (프로스펙트 이론) 이라는 유명한 개념이 있다.
주식 투자나 FX마진거래 또는 비트코인 등의 트레이딩을 하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심리적인 요소가 매매기법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거기에는 다 학문적으로 입증된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
‘투자는 멘탈 게임이다’라는 말이 있듯, 금융 트레이딩으로 수익을 내려면 상대방과 나의 심리가 어떤식으로 움직이는지는 기본적으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이 ‘전망이론’ 으로 보통 사람들의 투자 심리를 파헤쳐보도록 하자.
‘전망이론’ (프로스펙트 이론) 의 정의
‘전망이론’ 은, 2013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 교수의 대표적인 이론으로 인간의 ‘손실 회피성’을 주요 개념으로 다루고 있다.
합리적인 기대효용 이론이 들어맞지 않는 심리학적인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이론으로, 위험이 수반된 상황에서 제시되는 대안들을 사람들이 어떻게 결정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최근까지 인간은,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생물이라고 생각되어 왔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고, 여러 가지 심리 상태에 의해서 비합리적인 행동을 취하기 쉽다는 것이 실험적으로 증명된 것이다.
이러한 ‘전망이론’ 을 통해 우리는 투자자들이 잠재적 수익 (평가익) 과 손실(평가손) 을 어떤 형태로 받아들이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전망이론 설명 사례
사람은 누구나 손해 보는 것을 몹시 싫어한다. 손실 회피를 위해 뇌에 힘이 들어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비합리적인 행동을 취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전망이론의 본질이다.
동전 던지기 사례
전망이론을 설명할 때 자주 쓰이는 동전 던지기 (게임) 사례를 살펴보자.
게임에 참가하면, 당신은 다음과 같이 돈을 따거나 잃어버릴 수 있다.
– 뒷면이 나오면 50만 원의 손실
앞면 또는 뒷면이 나올 확률은 물론 50%이므로 이 게임의 룰은 누가 봐도 당신에게 유리하다.
그러나 여기에 또 하나의 옵션이 추가된다면 어찌하겠는가?
당신은 게임에 참여해서 100만 원을 얻거나 50만 원을 잃거나, 또는 참여하지 않고 20만 원을 확실히 손에 넣을 수 있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이 ‘확실한 20만 원’을 선택할 것이다.
그런데 전망이론에 따라 기대치를 계산해보면 아래와 같이 게임에 참여하는 쪽이 합리적인 판단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동전 던지기 기대치 계산
■ 100만 원을 얻거나 50만 원을 잃는 경우
(100 × 0.5)+(-50 × 0.5) =기대이익 25만 원
■ 20만원을 확실히 획득하는 경우
(20 × 1.0)+(0 × 0) =기대이익 20만 원
하지만 대부분의 개미들은 보통, 위험이 적고 확실한 편을 직감적으로 선택해 버린다. 사실은 그쪽이 기대치도 작고 따지고 보면 손해인데도 말이다.
(물론 갬블러 기질을 타고난 사람들은 아닐 수도 있다)
룰렛 게임 사례
다음은 전망이론 중에서도 본전’에 대한 사람들의 욕망을 룰렛 게임으로 설명한 사례다.
참고로, ‘손해 보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손해가 나면 자연스럽게 본전 생각이 난다’라고 해석할 수도 있는데, 이 역시 여러가지 실험에 의해 증명되고 있다.
만약 당신이 위 동전 던지기 게임에 참여해서 50만 원의 손실을 보았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그 옆에 있던 룰렛 게임 딜러로부터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패자 부활전’을 제안을 받았다. 조건 (룰) 은 다음과 같다.
– 검정이 나오면 30만 원 손실 (출현율 70%)
30%의 확률이긴 하지만 빨강이 나오기만 하면 손실을 되찾을 뿐만 아니라, 단숨에 50만 원을 따고 기분 좋게 집에 갈 수 있다.
또한, 게임에 참여하지 않으면 보너스로 10만 원을 얻을 수 있다는 옵션도 추가되었다.
즉, 이 패자 부활전에 참가하지 않으면 당신의 손실은 40만 원으로 확정된다. (현재 손실 50만 원 – 10만 원)
물론, 검정이 나오면 80만 원의 손실을 떠안고 돌아가야 한다.
과연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좀 전에 설명한 전망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리스크 회피적이므로 게임에 참여하지 않고 확실한 10만 원을 얻는 선택을 해야 한다. (실제 기대치도 이쪽이 높다)
룰렛 게임 기대치 계산
■ 100만 원을 얻거나 30만 원을 잃는다
(100 × 0.3)+(-30 × 0.7)= 기대이익 9만 원
■ 확실한 보너스 10만 원
(10 × 1.0)+(0 × 0)= 기대이익 10만 원
그러나 현시점에서 ’50만 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 라는 전제 조건이 붙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이 사람은 본전에 대한 욕망을 이끌려, 기대치가 조금 낮더라도 비합리적인 판단을 해버리는 것이다.
아무 사건도 없는 상황이라면 10만 원의 보너스는 아주 고마운 혜택이다. 그러나 이미 ’50만 원’ 이라는 비교 가능한 기준치가 발생한 이상, 금전 감각이 마비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심리 현상을, 과거의 실패 등이 현재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주는 ‘성크 코스트 효과’ (매몰 비용) 라고 한다.
전망이론 (prospect theory) 요약정리
이처럼 ‘전망이론’ 은 인간의 위험 회피도가 상황에 따라 상대적으로 변화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눈앞에 확실한 손실이 보일 때는, 손실 그 자체를 회피하기 위해서, 평소에는 그렇게 싫어하던 ‘리스크’를 감수해 버린다는 말이다.
게다가 한번 빚을 지거나 손해 보면 또 다른 손실에 대한 감응도가 무뎌짐으로 인해 더 큰 위험을 감수하게 된다는 것이다.
3가지 중요 개념
❶ 비교 대상이 없는 절대적인 결과가 아니라, 어떤 기준점에 비해 앞서고 있는지 뒤지고 있는지가 중요
매매 거래의 최종 결과가 같은 ‘300만 원의 이익’ 이었다고 해도, 100만 원을 300만 원으로 늘린 경우와 500만 원을 300만 원으로 줄이고 청산했을 때의 심리적 의미는 천지 차이다.
시험의 합격라인이 40점이고 자신이 60점으로 합격했다 해도, 그 시험의 평균 점수가 80점이라면 별로 기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❷ 이익 앞에서는 위험 회피적인 성향이 되어 ‘확실성’을 선호하는 반면, 손실 앞에서는 위험 추구적인 성향으로 변해 ‘불확실성’을 선호하게 된다.
보통 상황이라면 도박과 같은 위험한 내기 따위는 하지 않는 투자자라도, 손실을 안고 있다는 전제가 붙으면 본전을 찾기 위해 다소 위험한 거래를 마다하지 않는다.
❸ 같은 금액이라도 이익을 얻었을 때의 만족감보다 손실을 보았을 때의 실망감이 2배 이상 크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알게 모르게 느껴왔던 전망이론의 실체다.
그럼 조금 더 나아가, 주식 투자나 FX마진거래, 비트코인 트레이딩 시에 자주 발견되는 우리 개미들의 모순적인 행동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금융 투자와 전망이론
전망이론에서 가장 유명한 가치 함수 그래프다.
여기서 심리적 가치는, 만족감 (또는 기쁨) 과 실망감 (또는 좌절감) 을 나타낸다.
주식투자는 물론, FX마진 거래나 비트코인 등 모든 투자의 기본은, 수익은 극대화 하고 손실은 최소화 하는 ‘손소이대’ 전략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들은 이와는 정반대로 손실은 길게, 이익은 짧게 먹는 우행을 범하고 있다.
안 그래도 험난한 금융 투자 시장에서 이런 ‘뻘짓’을 해대니 살아남을 수가 있겠는가.
그렇지만 결코 우리가 멍청해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위의 그래프처럼, 우리의 감정이 손실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탓에, 마인트 콘트롤을 훈련하지 않은 보통 인간이라면 이런 함정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익 (또는 소득) 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만족감이 정체하게 되고, 그 이후는 이익 증가에 비례해서 만족감이 늘어나는 일이 생기지 않게 된다.
인간의 본능적 심리가 이런 구조이므로, 투자 시에 이익이 어느 정도 나오면 곧바로 이익 확정을 해버리게 되는 것이 아닐까. ‘특별한 사건이 없는 한, 한 번 발생한 추세는 쉽게 꺾이지 않는다’라는 것이 금융 투자의 기본 이론 (다우 이론) 인데도 불구하고, 눈앞의 욕망에 사로잡혀 경솔한 판단을 해버리는 것이다.
물론 이런 지식이 있는 투자자라 해도, ‘여기까지 올랐으니 이제 슬슬 내려가겠지’ 라고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하락에 대한 불안감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답이 없는 ‘존버 트레이딩’
위 그래프처럼, 매수 포지션을 잡자마자 운 좋게 수익이 발생하여 수익금이 100만 원까지 불어난 상황을 생각해 보자.
이 때 만약 흐름이 바뀌어서 수익금이 70만 원으로 줄어들었을 경우, 당신은 이에 만족하고 망설임 없이 이익 확정을 할 수 있겠는가?
캔들차트 모양과 패턴, 보조지표 등도 ‘하락전환’을 암시하고 있는 불리한 상황이라 해도, 초심자 트레이더라면 아마도 익절이 쉽지 않을 것이다. (“한 번 쯤은 다시 100만 원으로 불어나겠지”라는 욕심과 자기합리화 심리 때문에)
가격 시세는 이미 정점을 찍고 하락하고 있으니 한시라도 빨리 청산하는 것이 합리적인 행동이지만 쉽게 얻은 이익이기에 ‘지금이 대박찬스’라고 맹신하며 ‘존버 모드’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
고점 대비 30만 원 떨어진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모르게 손해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망설이게 되고, 결국 그 많던 수익이 어느새 손실로 둔갑한 모습을 보고서야 정신이 바짝 든다.
이처럼, 초보자들은 수익이 나고 있을 때에도 ‘대박’의 유혹에 못 이겨 ‘존버’를 하다가 거꾸로 뒤통수를 대차게 얻어 맞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니… 참으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민감도 체감성을 극복하라!
위와 같은 어리석은 심리 현상을 행동경제학에서는 ‘민감도 체감성’이라고 한다. 이익이나 손실의 가치가 작을 때에는 변화에 민감하지만 가치가 커짐에 따라 우리가 느끼는 민감도가 감소한다는 개념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금전 감각의 마비’다.
우리는 기쁘거나 괴로운 감정들이 한쪽으로 계속 진행되면 그 상태에 익숙해지려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한 시라도 빨리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진화한 인간의 탁월한 감각이다.
하지만 이 위대한 능력이, 주식 거래나 FX마진 트레이딩 같은 금융 투자 시에는 안 좋은 쪽으로 작용해 버리는 것이다.
그럼 이렇게 끔찍한 일을 어떻게 하면 방지 할 수 있을까?
그 답은… 사전에 허용 가능한 손실 범위를 정해 놓고, 손절매 주문을 미리 걸어 놓는 방법밖에 없다. (수익 발생시에는 본전가에 청산 주문 설정)
산업혁명 덕분에 출현한 기계들이 지금의 화려한 문명을 창조한 것처럼, 결국 인간의 심리적인 약점은 기계적인 방법으로 극복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